◆논밭 한 가운데 있는 하얗고 둥근 '그거'
'곤포 사일리지(Baling Silage)'라고 한다. 추수를 마친 들판에 거대한 마시멜로나 두루마리 휴지처럼 줄지어 놓여있는 그 물건의 이름이다. 지름 1~2m, 무게 100~500㎏내외의 원통형 모양을 하고 있는 곤포 사일리지는 탈곡을 끝낸 볏단을 동그랗게 말아놓은 것이다.
곤포(梱包·baling)란 단단히 다져 크게 묶은 더미나 짐짝, 혹은 그런 짐을 꾸려 포장한다는 의미고, 사일리지는 곡물이나 볏단을 밀폐 후 발효시켜 만든 숙성사료를 뜻한다. 그러니까 곤포 사일리지는 두 단어를 뜻을 합쳐 볏단을 단단히 압축한 뒤 밀폐 포장해서 만든 숙성사료가 되시겠다. 입에 붙는 이름은 아닌지라 정작 농가에서는 '덩어리'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베일러라는 농기계를 통해 원통형 혹은 직육면체 모양으로 뭉치고 발효제 등을 뿌린 볏짚을 랩핑기로 돌돌 싸매면 '하얗고 둥근 그거'가 된다. 압축된 볏단을 굳이 비닐로 싸는 이유는 밀폐된 상태에서 발효·숙성 과정을 거친 사료는 수분과 섬유질이 풍부하고 초산균·유산균이 풍부한 사료가 되기 때문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사료 값 부담을 덜 수 있고, 내다팔 수도 있어(500㎏ 기준 5만~7만원) 2000년대 초반부터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곤포 사일리지가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곤포 사일리지를 만들 때 사용되는 비닐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비판도 있다. 또 곤포 사일리지 도입 이후 철새의 먹이인 낙곡(수확할 때 떨어진 낟알)과 볏짚더미에서 겨울을 나는 벌레가 확 줄어들어 철새들이 굶주리게 됐다는 지적도
◆생선회 밑에 깔려있는 '그거'
'천사채(天賜菜)'다. 생선회를 시키면 회 밑에 깔려있는 반투명한 국수 같은 물질이다. 먹어도 될까 싶지만 엄연한 식품이다. 천사채는 다시마를 증류·가공해서 만드는데, 다시마 속 알긴산(해초산) 등이 주요 성분이다. 무미(無味) 무취(無臭)의 재료지만 오독거리는 식감과 낮은 칼로리 덕분에 샐러드 등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횟집에서는 주로 회의 양을 많아 보이게 만드는 장식용 재료로 쓰인다. 종래에 같은 용도로 쓰였던 무채보다 가격 변동이 작고 쉽게 구할 수 있어 지금은 천사채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 회의 볼륨감(?)을 높여주는 역할 외에도 회가 건조해지거나 산화하는 것을 방지해주는 기능을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생선회의 장식 재료로 사용된 천사채는 먹지 않을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