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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읽는 "詩"

수승화강지촌 2023. 10. 23.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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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The Oak)

네 인생을 살아라,
젊거나 늙거나,
저 참나무처럼,

봄날엔 밝게 타오르는
황금빛으로 살다가;

여름엔 풍성하게
그리고; 때가 되면

가을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아
더 진중해진 색조로
다시 황금빛이 되지.
나뭇잎들이
기어이 다 떨어지고

봐라, 그는 서있지
나무의 몸통과 가지

벌거벗은 맨몸의 힘으로.

-앨프리드 테니슨(Alfred Tennyson, 1809~1892)

테니슨의 ‘참나무’를 처음 읽었을 때, 마지막 행의 “벌거벗은 힘”이 주는 얼얼한 충격에 사로잡혀 한동ㅡ 쓰는 시대, 21세기는 안티-에이징(anti-aging)의 시대라고 해도 무방하리. 시의 힘이 대단하다. 자연을 다시 보게 만드는 힘.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힘.


테니슨의 ‘참나무’는 힘과 지혜의 상징. 나이가 들어 경험이 쌓인다고 다 지혜로워지지는 않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 늙으면 당신의 몸통과 가지가 다 드러난다. 잎이 떨어진 맨몸이 그다지 누추하지 않기를 바랄 뿐.

“떡갈나무” “도토리나무” 라고도 불리는 참나무는 단단하여 목재로 쓰인다. 내 방에도 떡갈나무로 만든 서랍장이 있다.

              ㆍ최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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