ᆢ
언제나 몸의 언어에 천착하며살아왔다. ‘Dance for PD(파킨슨 환자를 위한 무용 교육 프로그램)
미국 ‘Mark Morris Dance Group’의 세계적인 Dance for PD 창립강사 데이비드와 프로그램 디렉터 마리아, 그리고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 박미나, 양한나 선생님의 헌신적인 진행으로 워크숍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마주한 환우분들의 몸은 단단히 굳어 있었고, 표정에는 질환이 드리운 짙은 그늘이 고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음악이 흐르고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는 섬세한 움직임이 시작되자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통제되지 않던 떨림과 굳어 있던 관절들이 부드러운 리듬 속에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경직되어 있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이내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웃음꽃이 피어나는 순간을 목도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환우’라는 프레임을 걷어내면 그곳에는 오롯이 삶을 살아내는 고귀한 ‘한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타인을 대하는 예술가의 본질적인 태도와 배려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배운 순간이었습니다.
실기 수료와 이론 시험을 거쳐 합격 메일을 받은 후, 저는 남양주 현대병원에서 수업을 진행하시는 박미나, 김수영 선생님의 보조강사로 파견되어 본격적인 현장 경험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두 분의 진심 어린 열정을 곁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었는데, 감사하게도 현장에서는 가끔씩 제게 직접 액티비티 시퀀스를 제안할 기회를 주셨고, 병원 홍보팀과 기획한 프로젝트를 통해 환우분들과 직접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기회까지 열어주셨습니다.
이 배움과 깨달음이 깊어질수록 제 삶의 태도 또한 점점 단순하고 단단해졌습니다.
<나의 빛, 너의 리듬, 그리고 우리들의 춤과 같은 이야기>
그날 그분의 애창곡인 이상은의 <담다디>로 만든 안무를 맞춰 보았습니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그분은 병실의 답답함을 모두 털어내듯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로 춤을 추셨습니다. 그 열정에 자극받은 다른 참여자분들의 에너지까지 더해져, 강의실은 그 어떤 대극장보다 뜨거운 생명력으로 터질 듯했습니다. 무용이라는 매개체가 누군가의 마음에 기쁨을 꽃피우고 살아가야 할 활력을 채워줄 수 있음에, 속으로 몇 번이고 눈물을 삼키며 감사했습니다.
예술이 지닌 치유의 힘은 또 다른 현실의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파킨슨병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현대병원 전범석 교수님께서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보시고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주신 것입니다. 교수님의 저서 <나는 서 있다>를 친필 사인과 함께 제게 선물해 주셨을 때 큰 힘을 얻었습니다. 병 앞에 굴하지 않고 오롯이 서고자 분투하는 책 속의 문장들은, 제가 수업에서 만나는 환우분들의 움직임과 그대로 닮아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대의 힘은 기적 같은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당초 현대병원과의 계약은 올해 7월까지였기에, 이 소중한 동행을 어디서 이어가야 하나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습니다. 지역 주민자치센터의 문을 두드렸지만 “특정 질환 강좌는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팀의 간절함과 전범석 교수님, 그리고 병원 홍보팀의 물심양면 지원 덕분에 마침내 남양주 진접읍 주민자치센터에 파킨슨 환우분들을 위한 ‘전액 무료’ <댄싱 파킨슨> 정식 강좌가 신설되는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수업이 사라질까 조마조마했던 우리의 걱정 어린 마음 위에 다시금 예쁜 꽃이 피어난 순간이었습니다.
최근 저는 ‘Dance for PD 5단계 상급 훈련 워크숍’을 수료하며 안무가와 퍼포머, 그리고 ‘댄싱 파킨슨’ 강사로서 더욱 치열하게 공부해야겠다는 단단한 사명감을 다졌습니다. 제가 더 고민하고 연구할 때, 만나는 환우분들이 더 밝게 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제는 박미나 대표님과 김수영 선생님께서 이끄는 ‘Art in movement’의 정식 연구원이자 동반자로서, 더 많은 환우분을 만나며 함께 춤추고자 합니다. 오는 7월부터 시작될 남양주 진접읍 주민자치센터의 무료 강좌는 물론, 제게 Dance for PD로 이끌어준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서울 대학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센터’에서도 7~8월 동안 파킨슨 환우분들을 위한 무료 강좌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경제적·심리적 부담 없이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서 온전히 리듬에 몸을 싣고 웃을 수 있는 안전한 해방구를 만드는 것, 그것이 저의 당면한 계획입니다. 멈춰 있는 듯해도 우리 몸의 세포는 매 순간 움직이고 있으며, 그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결국 삶이라는 거대한 무용이 됩니다.
파킨슨이라는 예기치 못한 삶의 불청객을 맞이한 우리 환우분들에게, 제가 건네는 춤이 외롭지 않은 이정표이자 따뜻한 동행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파킨슨 환우분들이 제약 없이 행복하게 춤추며, 마침내 질병을 기분 좋게 이겨내는 눈부신 날이 올 때까지, 저 김봉수 무용가의 움직임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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