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
『도시의 승리』에서 “도시에 자연을 끌어들이는 친환경적인 도시는 오히려 에너지 방출 등으로 비 친환경적인 도시가 된다. (…)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과거의 흔적들을 보호하는 것도 가치가 있지만 도시가 방부 처리된 호박 화석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나친 보존은 도시가 그곳의 거주자들을 위해서 더 새롭고 크고 나은 건물을 제공하는 것을 막는다.
자연을 도덕적 영적인 심미적 대상으로 보는 맹목적 자연주의도 위험하지만,
개발주의적 시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태풍이나 홍수, 지진 같은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평화로운 생존을 위해서는 자연을 개선하거나 수정하기도 해야 한다.
다만 자연의 수정과 개선을 지구상의 최상위 계층인 인간 중심적 시각에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초유의 팬데믹 시대를 통과하면서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 우리의 세포와 신경을 푸른 찻잎으로>>
정원은 자연과 공동체의 경계인 담이 없는 것을 공동체의 미덕으로 여긴다. 반면 제주도의 돌담은 자연과 인간의 경계선을 만든다기보다 자연과 인간의 중간영역을 쓰다듬는 하나의 선을 긋는다. 야생의 자연계와 인간계가 조화롭게 만나는 경계다. 자연을 동경하지만 심미적 자연주의는 인간의 상상일 뿐 야생의 자연은 다양한 형태로 위험하다. 인간과 자연 사이에는 경계가 필요하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중간계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자연의 무한한 초록과 그 수많은 우아함, 계절과 시간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아름다움, 봄과 가을이 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 상실된 인간 도시에 자연 상상계를 활짝 열어갈 수 있는 것은 문화적 예술적 행위들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