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엉엉 울다 잠에서 깬 적도 있고, 깔깔 웃다 웃음소리에 깬 적도 있으며, 분을 삭일 수 없어 씩씩대다 깬 적도 있습니다. 모두 허무맹랑한 꿈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어쩌면 이리도 꿈이 실제처럼 생생할까요? 자는 동안 우리 뇌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1953년, 생리학자인 시카고대학의 나다니엘 클라이트만 교수가 성인들을 대상으로 수면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사람은 수면 중에 평균 다섯 번의 ‘REM각주1) (Rapid eye movements)’ 시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꿈을 꾸면서 영상을 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매일 밤 자는 동안 다섯 번 정도 안구를 빠르게 굴리면서 꿈을 꾼다는 얘기입니다. 이 상태를 우리식 표현으로 말하면 선잠입니다. 흔히 꿈을 많이 꾸면 깊은 잠을 못 잔다고 하는데 맞습니다. REM은 선잠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REM의 반대말이 NREM(Non Rapid eye movements), 즉 안구운동이 없는 상태로 깊은 잠입니다.
우리는 이처럼 밤새도록 선잠과 깊은 잠을 오가며, 한 주기가 90분가량입니다. 이 주기는 자고 있을 때뿐 아니라 24시간 동안 반복됩니다. 클라이트만 교수가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90분 동안 일한 후에 잠깐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 것은 이러한 생체리듬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궁금합니다. REM 주기에 꾸는 꿈은 깊은 잠을 방해할 뿐이니 없어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클라이트만 교수의 제자인 데멘트가 같은 호기심을 가지고 REM 주기에 접어들면 일부러 잠을 깨워서 꿈을 꾸지 못하게 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심각한 정신장애로 이어지더라는 것이었습니다. REM 주기에 우리 뇌는 깨어 있을 때 수집한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으로 저장합니다. 이 과정이 내면의 자아와 무의식적인 동기 등과 결합해 꿈꾸는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입니다.
흥미롭게도 REM 수면을 방해한 후에 다시 마음껏 자도록 했더니 REM이 평균치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데멘트는 꿈의 중단에 따른 결손을 보충하려는 현상으로 이해했고, 비록 선잠을 자더라도 꿈은 건강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꿈이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꿈을 통해 걸작을 탄생시킨 예술가나 업적을 이룬 과학자는 수도 없습니다. 토머스 에디슨이 그중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에디슨이 할 일이 많아서 잠을 시간 낭비라고 여겼고, 실제로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잤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대신 짬짬이 낮잠을 잤는데 의도적으로 선잠을 청했습니다. 수면과 각성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선잠 상태에서 세타파가 나오며 이 세타파가 창의력과 판단력을 높인다는 사실은 훗날 알려졌지만, 에디슨은 스스로의 경험으로 이미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가 의도적으로 세타파를 불러들이기 위해 취한 수면 자세는 이러했습니다. 양손을 팔걸이 옆쪽으로 늘어뜨린 채 의자에 앉습니다. 양손에 볼 베어링을 한 개씩 쥐고, 양손 아래 바닥에는 각각 양철로 된 파이접시를 놓습니다. 깊은 잠에 들어 자기도 모르게 볼 베어링을 떨어뜨릴 때 양철접시에 부딪쳐 나는 소리를 듣고 깨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이때 에디슨이 옆에 꼭 챙긴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노트입니다. 그는 그렇게 잠에서 깰 때마다 방금 전 선잠 상태에서 꾼 꿈의 내용을 무엇이든 노트에 적었습니다. 발명왕 에디슨의 2천여 개 발명품 중 상당수가 그렇게 잉태되었을 것입니다.
에디슨뿐 아닙니다.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가 발표한 원자구조이론은 꿈에서 본 진기한 태양계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것입니다. 실제로 물리학자들이 내세운 원자 모형을 보면 과학에 문외한인 사람이 보기에 태양계를 그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닮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히 케쿨레는 벤젠 분자의 원자 배열 문제로 고민하던 중에 희한한 꿈을 꾸었습니다. 벤젠의 원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된 상태로 너울너울 춤을 추다가 갑자기 머리를 돌려 자기 꼬리를 문 것입니다. 케쿨레는 이 꿈을 꾼 후에 벤젠의 분자 구조가 고리 모양이라고 제안했고, 이렇게 탄생한 벤젠의 고리구조론은 모든 화합물을 화학구조로 조직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꿈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가의 사례는 더 많습니다.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자신의 시가 꿈에서 온 경우가 많다고 했고, 프랑스의 작가이자 계몽사상가인 볼테르는 자신의 서사시에 나오는 위선적인 표현을 꿈에서 얻었다고 했으며, 오싹한 추리소설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는 자신의 소설 줄거리가 모두 꿈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메리 셸리는 꿈에서 프랑켄슈타인을 보고 소설을 썼고, 헨리크 입센이 반 최면 상태에서 희곡을 썼다는 이야기도 유명합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역시 같은 고백을 했습니다. 자신이 작곡한 음악은 모두 꿈으로부터 내려온 것이라고 말이지요. 또 16세기 프랑스의 도공 베르나르 팔리시는 꿈에서 영상을 보고 당대 최고의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재능이란 하늘로부터 온 선물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꿈에서 얻은 영감을 음악과 시, 소설과 희곡으로 옮겨서 훌륭한 작품을 남겼으니까요. 그러나 모차르트는 벤젠의 원자들에 대한 꿈을 꾸지 않았고, 케쿨레는 추리소설의 줄거리를 꿈꾸지 않았습니다. 모두 현재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것과 관련된 꿈을 꾸었습니다. 그들은 꿈에서조차 영감과 정보를 얻기 위해 집요할 정도로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꿈이란 낮에 수집한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으로 저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꿈을 잊어버리는 반면에 그들은 꿈조차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만 봐도 그들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이 잠자리 옆에 노트와 펜을 놓아두는 습관이 있지요. 꿈조차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말입니다. 이렇게 꿈은 집요하게 노력하는 사람에게 자는 동안 천사가 주고 가는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 기억하세요. 이 모든 것이 자는 동안 우리 뇌 속에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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