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昇火降支村

다년초ㆍ파종시기

수승화강지촌 2021. 8. 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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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년초의 파종시기>

파종 당해년에 개화와 결실까지 모두 마치는 한해살이 일년초와 달리, 여러해살이 다년초들은 원칙적으로 발아한 당해년에는 성장만 하고 개화와 결실은 그 이듬해부터 시작한다.

원칙이 그렇다면 예외도 물론 있다.

가령 여러해살이 임에도 불구하고 봄에 파종하면 당해년 여름이나 가을부터 꽃을 피우는 성질 급한 녀석들도 더러 많이 있다.


여러해살이 다년초의 경우는 봄파종 뿐만 아니라 여름파종, 가을파종, 그리고 심지어는 겨울파종까지 가능하다.

어차피 파종 당해년부터 꽃을 보자는 것이 아니므로 어느 계절이든 무관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기에 파종을 하느냐에 따라 녀석들이 부닥치는 현실에서의 득과 실은 다르다.


봄파종의 경우는 ᆢ
서리 내릴 때까지 남아있는 생육일수에 여유가 있으므로 성체에 가까운 체력을 기를 수 있다. 반면에 장마와 무더위라는 만만찮은 강을 무사히 건너야 하는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 특히 배수가 불량하거나 줄기조직이 단단하지 못한 녀석들은 멀쩡하다가도 장마철에 훅 가는 경우가 있으며, 한여름에는 삼복더위와 가뭄에 시달려 고사할 수도 있다.

장마와 삼복더위를 지난 시기인 8월중하순~10월초에 하는
가을파종의 경우는 대신에 생육일수가 짧아 어린 모종 상태에서 뿌리만 살아남아 혹한의 겨울을 무사히 나야 한다. 특히 이른 봄에 언 땅이 녹을 때 뿌리가 솟구쳐 오르면서 동사하는 경우가 있다. 초화류가 자력으로 겨울을 무사히 나려면 생육기간이 통상 두달~석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생육일수가 다소 많이 필요한 두해살이의 경우는 좀더 이른 여름파종이 더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겨울파종이 있다.
당연히 "오잉? 추운 겨울에 파종을 한다꼬?"라는 지적이 따라 온다. 대답은 "Yes, of course!"이다. 다년초 씨앗을 발아시킬 때 겨울파종이 알토란 같은 메리트를 감추고 있는 비법(secret sauce)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봄파종도 놓쳤고, 가을파종도 어쩌다 깜빡했을 때 아주 요긴하다.

** 겨울파종에는 두번의 타이밍이 있다.

기온이 뚝 떨어지는 11월하순에서 땅이 얼기 전인 12월중순까지, 그리고 언땅이 해동되기 시작하는 2월하순에서 3월중순이 그것이다.


이 대목에서 또 당연한 지적이 뒤따른다. "영하의 기온에서는 어차피 발아도 안될낀데...바보짓 아니가?" 예, 맞습니다...기온이 적정온도를 벗어나 있으니 당연히 발아는 안되지요. 하지만 겨울에 파종하면 편리하고 요긴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자연상태에서 씨앗이 저온기를 겪게 되므로 발아율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는 추운 날씨를 몸으로 겪은 씨앗은 발아온도가 약 10도 가량 낮아져 가장 이른 시기에 싹이 트기 때문에 당해년부터 꽃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는 발아시기가 잡초보다 한발 빠르므로 키와 뿌리의 경합에서 유리하다. 이쯤 되면 당연한 질문과 지적을 했던 사람이 오히려 빨쭘해 질 수 밖에 없다.


이제 노지나 실외가 아닌 실내 파종으로 장면을 바꾸어 보자. 한해살이 일년초의 경우 실내파종은 늦겨울이나 이른봄으로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여러해살이의 실내파종은 말그대로 연중 어느 때든 다 가능하다. 다만 실내에서 키운 모종을 언제 내다 심느냐에 따라 고려해야 할 사항이 각각 다를 뿐이다. 봄에는 늦서리, 여름에는 장마와 무더위, 가을에는 첫서리, 겨울에는 일조량과 통풍 등이 유의해야 할 복병들이다.


그 밖에 한해살이와는 달리 여러해살이의 파종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고려사항이 있다.

수분-온도-빛의 발아조건을 맞추어 주면 어김없이 발아하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지만, 특별한 사전처리를 해서 파종하지 않으면 좀처럼 발아하지 않는 고약한 녀석들도 더러 많이 있다.

이런 녀석들을 잠에서 깨우는 방법은 따로 있다.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요긴하게 활용이 되는

"저온처리(Cold Treatment)", 비슷한 뜻으로는
"춘화처리" 또는
"휴면타파"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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