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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어떻게 올까
새벽은 어떻게 올까
새벽은 동이 틀 무렵을 뜻하며 해돋이, 여명과 같은 말입니다.
순우리말로는 갓밝이라고 하지요.
모두 해가 떠오르기 직전부터 해가 떠오르기 시작해서 차츰 밝아지고 완전히 환해질 때까지를 가리킵니다.
완전히 환해지면 그때부터 아침이다.
...(~~~^^)
옛날 사람들은 이 짧은 새벽도 세분화했다.
꼭두새벽은 아직 어두운 새벽이고, 어슴새벽은 말 그대로 어슴푸레한 새벽이다.
그렇다면 새벽은 어떻게 올까요?
그리스 신화에서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두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몰면서 밤의 장막을 걷어내고 인간 세상에 장미꽃잎을 뿌리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이 잠깐 동안이 바로 새벽입니다.
에오스에게는 다른 이름이 있는데, 바로 오로라입니다. 무슨 요술공주 이름 같지요.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플라스마 입자가 지구의 자기장에 이끌려 붉은 색이나 녹색의 커튼 모양으로 생기는 대규모 방전현상으로 남극이나 북극 같은 극지방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오로라를 홍보하는 캐나다관광청의 홍보문구가 천 년 전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의 기록과 비슷합니다.
"나풀거리는 여신의 드레스를 보러 오세요"
- 《삼국사기》 중에서
적흑기가 동북방에 나타났는데 둥근 둘레가 20척 쯤이고, 뭉치고, 엉켜 풀리지 않다가 광채를 내었는데 마치 새가 나래를 터는 것 같다가 흩어졌다.
- 《고려사》 중에서
고대 한반도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는 점도 신기하지만, 천 년 전 우리 선조들이나 21세기 캐나다에 사는 사람이나 오로라를 감상하는 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더 신기합니다.
이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에오스지만 아프로디테의 저주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 저주란 바로 언제나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언제나 사랑에 빠져 있는 상태를 축복이 아닌 저주로 인식했다는 것이 참으로 현실적이지요.
에오스가 사랑한 수많은 남성 중에 트로이의 왕자 티토노스가 있었습니다. 헬레나와 사랑에 빠져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파리스 왕자가 그의 손자뻘입니다. 트로이의 왕자들은 대대로 미남에 꽤나 매력적이었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에오스가 티토노스를 얼마나 사랑했던지 제우스에게 영원히 죽지 않게 해달라고 간청했을 정도입니다. 제우스는 그 간청을 딱 말 그대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정말로 영원히 죽지는 않았지만 하염없이 늙어갔고 쇠약해졌지요. 에오스는 그를 매미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여기에 대해 누군가는 에오스가 티토노스의 늙고 병든 모습이 꼴보기 싫어서, 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사랑하는 남자가 그렇게 힘겨워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라고도 합니다. 이런 추측에는 본인의 사랑관이 투영되기 마련이지요.
에오스와 티토노스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있었습니다. 멤논입니다. 그 역시 절세의 미남으로 유명했습니다. 멤논은 아들의 이른 죽음을 예견한 어머니 에오스의 지극한 보호 속에 자랐지만 헥토르의 죽음을 알고 트로이 전쟁에 참전했다가 아킬레우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
이때 에오스가 큰 슬픔에 빠져 밤새 울었고, 그 눈물이 대지를 적셨는데 이것이 이슬입니다. 한여름 짧은 생을 살다가는 매미가 유일하게 먹는 음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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