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식 배’는 뇌가 만든다.
ᆢ ㆍ배불러도 디저트 먹을 수 있는 뇌과학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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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 배가 진짜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의 뇌가 배가 꽉 찬 상태에서도 식욕 호르몬이 내보내고, 때로는 ‘행복 호르몬’을 분비하며 디저트를 먹게 한다는 것이다. 후식을 먹는 좋은 변명인 동시에 비만 치료를 위한 단서를 발견한 것으로 기대된다.
죄 많은(?) 호르몬 그렐린
식욕은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조절한다. 음식이 소화되어 당분이 뇌에 도달하기까지는 평균 20분이 소요된다. 당분이 도달해야 식욕 유발 호르몬인 그렐린이 감소하며 식사를 멈춘다. 그런데, 이 그렐린은 단순한 식사 외에도 여러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당이 당긴다’는 말이 있듯, 몸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렐린 수치가 증가해 쉽게 허기를 느끼고, 과식과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 또, 술을 먹고 싶은 갈망에도 그렐린이 관여하며, 심지어 식사 비용 지불 의지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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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코올 섭취도 그렐린이 영향을 준다. 그렐린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 알코올 섭취에 대한 갈망을 높이지만, 주스 섭취의 갈망을 높이지는 않는다. ⒸBiological Psychiatry
2012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제94회 내분비학회에서 캐나다 칼턴대 연구진은 배가 부른 상태에서 후식을 찾게 되는 원인도 그렐린에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그렐린 수용체를 제거(녹아웃)한 생쥐와 정상 생쥐의 디저트 섭취 욕구를 비교했다.
두 그룹의 모두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매일 4시간 동안 평소 먹는 쥐 사료를 자유롭게 먹었다. 연구 마지막 날, 연구진은 두 그룹 모두에게 30g의 과자를 제공했다. 두 그룹에서 사료 섭취량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그렐린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 그룹은 과자를 2g가량 적게 먹었다. 60kg의 사람으로 따지면 밥 2공기에 해당하는 양을 덜 먹은 것으로, 쥐의 체중을 고려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였다.
단것 먹으면 ‘행복 호르몬’ 분비
우리가 배불러도 후식을 찾게 되는 또 다른 이유도 최근 밝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 신진대사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Metabolism Research) 연구진은 포만한 상태에서 추가로 설탕을 섭취했을 때 뇌에서 생기는 변화를 관찰하고, 그 연구 결과를 2월 1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사료 섭취로 충분히 배가 부른 쥐에게 설탕 용액을 제공했다. 설탕물을 섭취하자 ‘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POMC) 뉴런’이 활성화됐다. POMC 뉴런은 그간 포만감을 느껴 음식 섭취를 멈추게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연구진은 POMC 뉴런의 새로운 역할을 밝혀냈다. POMC 뉴런이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베타-엔도르핀(ß-엔돌핀)’을 분비한다는 것.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POMC 뉴런의 ‘이중성’을 밝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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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만한 상태에서도 설탕을 섭취하게 되면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베타-엔도르핀이 분비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베타-엔도르핀은 다른 신경세포의 아편 수용체에 작용해 보상감을 유발하여 쥐가 배불러도 계속 설탕을 섭취하게 만든다. 이 뇌 오피오이드 경로는 설탕을 추가로 섭취했을 때는 활성화됐지만, 다른 음식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었을 때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 경로를 차단한 쥐는 추가로 설탕을 섭취하지 않았다. 이 경로는 배부른 쥐에서만 관찰됐고, 배고픈 쥐에게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뇌 오피오이드 경로가 설탕을 실제로 섭취하기 전, 이미 설탕이 있음을 인지하기만 해도 활성화된다는 점이다. 또한, 일생 동안 한 번도 설탕을 먹어본 적이 없는 쥐에서도 이 경로가 활성화됐다. 사람에게서도 유사한 반응이 나왔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뇌를 스캔하며 관찰한 결과, 인간의 뇌에서도 동일한 영역이 설탕에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를 이끈 헤닝 펜셀라우 독일 막스플랑크 신진대사연구소 그룹 리더는 “설탕에는 자연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에너지 보상이 빠른 식품으로, 동물의 뇌는 설탕이 있으면 즉시 먹도록 프로그래밍 된 것 같다”며 “향후, 뇌의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을 식욕 억제제와 병행 투여하는 식으로 활용하면 효과적인 비만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