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annyNote

愚ㆍ어리석을 / 夢ㆍ어리석을

수승화강지촌 2021. 8. 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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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水蒙)
ᆢ 바위를 만나면 그냥 머리를 부딪치고,
ᆢ 웅덩이를 만나면 그 속에 풍덩 잠기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바다를 향해 간다.

주변에서 보면 고지식하고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비타협적이다.

주역에서는 어리석음을 나무라지 않는다.

나무라기는 커녕 ‘어리석지만 형통할 것(蒙亨·몽형)’이라며 격려한다. 한술 더 떠 ‘어리석음이 성공의 자산이 될 좋은 조짐(蒙吉)’이라고 덧붙인다.


어리석음을 성공의 자산으로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지침을 일러준다.

첫째, 의사 결정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신속하게 하라. 즉, 자신의 구상이나 계획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머뭇거리거나 주저하면 어리석음을 성공의 자산으로 바꿀 수 없다.

둘째, 학습이 필요할 때는 능동적으로 스승을 찾아다녀라. 기업을 처음 시작할 때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발품을 팔아서라도 그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가서 배워야 한다. 이처럼 어리석음을 성공의 밑천으로 삼기 위해서는 누가 와서 자신을 깨우쳐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스승을 찾아가 가르침을 구해야 한다.

셋째, 필요할 때는 남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라. 이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란 없다. 혁신 기술은 기존 기술을 조금씩 개선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사업 초기 빌 게이츠는 기존에 개발돼 있던 ‘Q-DOS’라는 운영체제의 라이선스를 사들여 이름을 ‘MS-DOS’로 바꾼 후 IBM에 납품해 대박을 터뜨렸다. 빌 게이츠가 실리콘밸리의 황제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술력이 아니라 타인에게서 빌린 ‘틀’ 덕분이었다.

넷째, 이질적인 것과의 융합을 시도하라. 순혈주의는 혁신을 방해한다. 서로 다른 개체들 간의 섞임과 소통, 협업을 통해 서로의 장점은 키워주고 단점은 보완하는 과정에서 혁신은 완성된다.


산수몽 괘의 마지막 효사는 위 단계를 지나 마침내 어리석음은 성공의 자산이 된다는 뜻의 격몽(擊蒙)이다. 어리석음을 깨우쳐 성공의 자산으로 만드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행동과 인성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주역 효사의 메시지처럼 퇴계 이황은 도산서원 뜰에 작은 우물을 하나 만들고 그 이름을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우물, 즉 몽천(蒙泉)이라고 지었다. 그는 제자들에게 지식 습득보다는 인성 함양이 우선이라고 가르쳤다. 유성룡과 김성일 같은 선비들이 조선을 대표하는 지조 높은 선비로 청사에 이름을 남긴 것은 그 덕분이었다.


언제나 혁신을 갈망했고, 어리석은 초심자의 열정을 간직했다.

“어리석음은 성공의 자산이다.



***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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