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꽃과 함께 할 때 비로소 사람이 어질 수 있다’
잡초에서는 달개비, 강아지풀, 도꼬마리, 환삼덩굴, 쇠비름, 돌피, 바랭이, 냉이, 질경이, 소리쟁이, 자리공 등 아주 많습니다.
잡초는 한자로 雜草, 영어로는 weed라고 쓰지요.
‘잡초란,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잡초관이라 부른다면(雜草觀, Weed Ideology),자연에서는 훼손된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 맨 먼저 잡초들을 내어 기르는데, 이들을 제거하고 경제작물로 대체하는 것이 인간의 농사법인 셈이지요.
1) 질경이
질경이는 차전자(車前子)라 불리는 한자명에서 알 수 있듯이 수레바퀴자국을 따라서 퍼져 있습니다, 어떻게 마구 짓밟히는 환경에서 더 잘 자라는 걸까요?
그 비밀은 질경이의 번식방법에 있습니다. 질경이 씨는 물에 젖으면 접착액을 내놓아 쉽게 붙어서 이동을 합니다. 결국 사람이나 동물에게 밟혀서 씨가 퍼지는 원리이지요.
따라서 수레가 다니는 길이 없다면 지금만큼 질경이는 널리 퍼지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2) 애기땅빈대
애기땅빈대는 빈대처럼 지면에 자신의 잎을 딱 붙여서 옆으로 옆으로 자랍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보도블럭 틈새에 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이런 황막한 환경에 참 용케도 살아가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면에 붙어서 자라다 보니 벌이나 등에에게 꽃가루를 옮겨받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애기땅빈대는 다른 전략을 구사합니다. 꽃가루받이를 개미에게 맡기는 전법입니다. 개미가 꿀을 받으러 이 꽃 저 꽃을 누비는 사이에 꽃가루받이가 되는 것이지요.
3) 매화마름
우리나라 강화도에 멸종위기종 매화마름 군락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매화마름의 생태가 참 특이합니다. 일반적인 자연환경이 아니라 논이라고 하는 인위적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원래는 자연적 환경에서 발생하고 서식하였겠으나, 논이라는 환경이 자기네들의 생존환경에 더 적합하였는지, 논에서 줄곧 번식하여 살아왔나 봅니다.
그런데, 전통적 농법에서 기계식농법으로 생산방식이 바뀐 요즈음 매화마름이 자리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틈새가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겨우 강화도의 논에서 군락지를 발견하였는데, 이를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보호구역으로 관리하고 있답니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잡초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손길(또는 발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인가 귀하게 쓰일꺼야..."
밭흙이 헤어지면서 강아지똥에게 하는 말입니다.
헐벗은 땅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은 잡초를 먼저 기르는 법이므로, 이들과의 공존이 인간의 농업에서도 매우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땅속 영양분을 퍼올리는 기능, 흙을 스펀지 구조로 만들어 수분을 저장하는 역할 등 흙을 살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일을 잡초가 수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꽃과 함께 할 때 비로소 사람이 어질 수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