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반칠환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 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고 지음도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두고, 모든 좋은 일이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았구나.
그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거어 가고 있었다.
모두 한평생이다.
(반칠환 시집 「똘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람」 2012년 지혜. 중에서)
#. 재미있고 해학적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큰 詩다. 하루를 살았건 천 년을 살았건 한평생이다. 하루살이는 시궁창에서 태어나 하루를 살았지만 제 몫을 다하고 갔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간다고 외쳤다니 그 삶은 즐겁고 행복한 삶이었을 것이다.
이 시에서 보면 하루살이는 하루살이대로 매미는 매미대로 거북이는 거북이답게 모두가 후회 없는 삶인데, 유독 인간만이 후회를 남기는 것 같다. 사람이 죽은 뒤 무덤에 가보면 걸 걸 걸 하는 소리가 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랑할 걸, 좀 더 즐길 걸, 좀 더 베풀며 살 걸, 이렇게 껄껄껄 하면서 후회한다니 이 얼마나 미련한 일인가.
반칠화 시인
시집으로는 「일편단시」 「새해 첫 기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