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보관한 지 세 시간이나 됐네요. 이런 보온 기능이 전기를 은근히 많이 잡아먹는다”
“먹을 만큼만 밥을 짓고 남는 것은 보관했다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전기를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는 ‘온실가스 진단·컨설팅’을 받았다. 환경부가 지원하고 기후위기 대응 민관협력기구인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가 주관해 가정·상가·학교 등 비산업부문의 에너지 사용량을 진단하는 사업이다. 전화로 상담을 신청하면 컨설턴트가 직접 방문해 에너지를 아낄 방법을 조언해준다. 비용도 무료다.
사업 취지는 생활 속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지만, 신청자 상당수는 전기요금 부담을 덜고자 컨설팅을 받는다고 한다.
컨설팅은 가구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총평으로 시작됐다. 상담 전 관리비·전기요금 고지서를 제출하면 컨설턴트가 미리 과거 사용량과 인근 세대 대비 사용량을 분석해온다. 기자의 집은 7월 한 달간 158kWh를 사용해 같은 면적의 다른 세대(250~500kWh)에 비해 전력을 적게 썼다. 식구가 2인 1묘로 단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달 배출한 온실가스는 약 75kg이나 된다. 30년생 소나무 18그루가 1년에 걸쳐 흡수하는 양이다. 도시가스 난방에 많은 에너지가 드는 겨울철까지 보내면 올 한 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만큼 늘어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낭비되는 전기는 또 있었다. 로봇청소기 코드를 충전이 끝나도 늘 꽂아두고 있었는데 전력을 측정해보니 최대 13Wh가 나왔다. 매 순간 에너지가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매일 플러그를 꽂아 놓는 텔레비전, 셋톱박스도 대기전력이 높아 잘 관리해야
조언했다. 화장실 비데의 변좌 온도 유지 기능을 늘 켜두는 것도 전력 소모가 크다. 여름에는 최대한 덜 쓰고, 꼭 써야 한다면 변기 뚜껑을 닫아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여름철 전력 소모 주범인 에어컨은 주기적으로 필터를 청소해 효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또 실외기가 햇볕에 가열되면 전력 효율이 낮아지는 만큼 돗자리 등으로 덮어놔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희망온도 26도 이상으로 가동하는 것"(이 컨설턴트)이다.
기자가 가장 걱정한 것 중 하나는 식기세척기였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큰맘 먹고 샀지만 직접 설거지를 하는 것에 비하면 전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상담을 신청하는 가정에서도 인덕션, 건조기 등 신식 가전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 기기가 소비전력 1,000W가 넘는 ‘전기 먹는 하마’라는 것. 식기세척기는 내년 7월에야 에너지효율등급이 적용되고, 일명 ‘스타일러’라 불리는 의류관리기는 아예 미적용 대상이다. 이 컨설턴트는 “필요해서 산 가전인 만큼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는 게 최선”이라며 “가능한 한 많은 양의 그릇을 한 번에 세척해 사용 시간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생활 속 온실가스 감축법의 핵심은 결국 불필요한 전기 사용을 줄이라는 것. 소소한 실천이지만 그 효과는 강력하다.
“적은 양의 전기도 한 달, 365일 꾸준히 줄이면 탄소 감축은 물론 전기료 절약에 큰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