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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산리에서…
ᆢ
부유의상(蜉蝣衣裳)
“산에 기댄 조그만 집이 바로 나의 고향인데, 꽃나무로 이웃 삼은 침상이 편안하다. 곤경 처해 형통하니 길 얻었음 알겠고, 삶 기뻐함 미혹 아니니 어긋난 길 부끄럽네.
나이가 들어도 좀체 자기 삶에 대한 확신은 드는 법이 없다. 이게 맞나 싶다가도 금세 의심이 나서 쭈뼛댄다. 수졸(守拙)의 태도에서 학문의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산자락의 조그만 집에서 꽃나무를 이웃 삼아 산다.
꿈도 없이 잠이 편안하다.
‘장자'는 ‘제물론(齊物論)’에서 “삶을 기뻐함이 미혹됨이 아닐지 그대가 어찌 알겠는가?(予惡乎知說生之非惑邪?)”라고 했다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곤경에 처해서도[處困] 생을 기뻐[悅生]하니, 삶이 제 궤도를 얻어 미혹됨이 없다. 낫게 살겠다고 삐뚠 길을 기웃대는 것이 부끄럽다.
이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함이 아니라, 보석 같은 시간을 즐기고 있다.
사물은 저마다 타고난 성품에 따라 삶을 영위해 간다. 크고 작고, 넉넉하고 부족한 것을 따지지 않는다. 내 가난한 삶은 편안한 잠 앞에서 안온하다. 나는 저 높은 산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홀로 부는 휘파람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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