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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ㆍ4

수승화강지촌 2021. 7. 1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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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슬픔'의 E 단조
C major(장조), D minor(단조)…


'C minor(단조)'
~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정식 명칭은 '교향곡 5번 C 단조 작품번호 67(Symphony no.5 in C minor, op.67)'이다.

'교향곡(Symphony)'은 작품의 장르이고,
'5번(No.)'은 작곡된 순서를,
'작품번호(op.)'는 다른 곡과 구분하기 위한 고유번호를 뜻한다.
남은 건 'C minor(마이너·단조)'라는 외계어. 그 정체는 '조성(調性ㆍTonality)'이다. 비유하자면 이 교향곡의 '혈액형'으로 볼 수 있다. 혈액형으로 누군가의 성격을 추정하듯, 조성을 알면 곡 분위기를 미리 상상 가능하다.


'장조(Major)'는 기쁘고, '단조(Minor)'는 슬픈 분위기

앞에 A, B, C 등 알파벳이 붙으니 복잡하다.

** 쉽게 말해 조성은 어떤 음악의 정체성이다. 서양음악의 음(표)들은 정해진 특정 방식(음계)으로 조합돼 곡으로 탄생한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식재료를 어떤 레시피로 섞느냐에 따라 완성되는 음식이 달라지는 이치다. 모든 조성은 각자 고유한 음계에 기반한다. 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음을 '으뜸음(Tonic)'이라고 부른다.

음식으로 치면 맛을 좌우하는 핵심 재료다. 국수를 만들 때 육수 재료로 돼지고기와 멸치 중 어느 것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국물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각각의 장조, 단조 앞에 붙은 알파벳은 바로 으뜸음의 이름이다. 예컨대 C 단조는 '도(C)'를 기초로 만들어진 음계다. '도'맛이 나는 음악이다.


음계는 음(표)들을 배열한 방식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C), 레(D), 미(E), 파(F), 솔(G), 라(A), 시(B), 도(C)'로 이뤄지는 음의 전개는 'C 장조'의 음계다.
C 장조에서 으뜸음은 '도'다.


주로 쓰이는 조성은 대략 20여개 수준이다.

가장 기본적인 C 장조부터, E플랫 단조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각 조성은 '조표(Key signature)'와 짝을 이루는데, 악보 맨앞에 특정 음을 반음 올리는 샾(#)이나, 반음 내리는 플랫(♭)이 붙는 위치, 개수에 따라 조표가 달라진다.


외국에서 여행을 하다가 독특한 건축물의 겉모습(조성)을 보면, 외관을 통해 그 집의 용도나, 거주자(작품 분위기)를 추리해 볼 수 있는 원리와 비슷하다.

조성을 알면 작곡가의 의도와 숨겨진 이야기를 머리속에 그려볼 수 있다.

지금 내 기분에 어울리는 곡을 선곡할 때도 도움이 된다. 각각의 조성은 고유의 음계 특성으로 인해 듣는 사람에게 특정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 'E 단조'가 먼저 떠올랐다. 높은음자리표 기준 '파(F)'자리에 샾이 하나 붙은 조성이다.

E 단조의 으뜸음은 '미(E)'다. 이렇게 쓰여진 곡들은 대체로 '아련한 슬픔'을 자아낸다.



하이든 작품이 생소하다면 비틀즈의 '일리노어 릭비'나 김광석의 '일어나'를 떠올려 보자. 이 노래들도 E 단조로 작곡됐는데,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멜랑콜리함이 들어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이 모두 E 단조다.


통기타와 연주되며 국내에서 오랜시간 사랑받은 대중가요들이 E 단조를 자주 썼고, 한국전쟁 전후 러시아 번안가요들이 사랑받았던 역사적 배경과 무방하지 않을 듯 하다.

알게모르게 우리 DNA 속에는 E 단조와의 친밀함이 녹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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