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는 어떻게 우리 몸의 모양과 기능을 만들어낼까?
유전자는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의 핵 속에 있다. 세포핵에는 DNA가 있는데, 이 DNA에 유전자가 있다. DNA의 기본 단위는 염기와 당, 인산이 결합한 물질인 뉴클레오티드이다. 이 뉴클레오티드는 반복하여 이어져 사슬처럼 일렬로 늘어서고, 이 사슬 두 가닥이 서로 마주 보며 만든 이중나선이 바로 DNA다. 한 가닥에 있는 염기 사슬의 염기와 마주 보는 가닥에 있는 염기 사슬의 염기는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있는데, 이 힘으로 이중나선 모양이 유지된다. DNA에 있는 염기는 4종류로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C(시토신)이다. 이 4종의 염기는 각각 잡아당기는 상대가 정해져 있다. 아데닌은 티민, 구아닌은 시토신을 서로 잡아당기며 결합한다.
우리 몸에 있는 DNA를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한 권의 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에는 우리 몸의 유전 정보들이 적혀 있다. 이 정보는 문자 대신에 화학물질인 4종의 염기로 쓰여 있다. 알파벳이 A에서 Z까지 26개의 문자로 이루어졌다면 유전 정보를 담은 책의 문자는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C(시토신) 4개이다. 이 4가지 염기가 어떤 순서로 배열되어 있느냐가 바로 유전 정보이다. 유전 정보를 담은 책은 몸을 이루는 세포의 핵 모두에 사람마다 똑같은 모습으로 한 권씩 있다.
세포핵 하나에는 DNA 이중나선 46가닥이 들어있다. 이 가닥을 모두 연결하면 무려 2m나 되고 서로 마주 보는 염기쌍은 약 30억 개나 된다. 우리 세포핵에는 30억 개의 문자로 이루어진 책 한 권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염기쌍 모두가 유전자는 아니다. DNA의 염기 배열 전체에서 유전 정보가 위치한 부위가 따로 있는데, 이 부위를 유전자라고 한다. 30억 개의 문자 배열 여기저기에는 수천~수만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유전자들이 흩어져 있다. 인간 게놈에 있는 유전자 수는 약 20,000~25,000개인데, 인간 DNA의 전체 염기 배열 중에서 실제 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2%에 불과하다.
우리 몸을 만드는 단백질
우리 몸은 물과 단백질, 핵산, 지질 등과 같은 고분자화합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단백질은 몸의 모양을 만들거나 몸에서 생명 현상이 일어나는 데 가장 중요한 물질이다. 자동차를 금속을 주된 재료로 만들듯이 우리 몸은 단백질을 주된 재료로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피부나 근육뿐만 아니라 딱딱한 발톱, 눈의 수정체, 털까지 모두 단백질로 이루어졌고, 음식물을 분해하는 소화 효소처럼 생명체의 생명 현상을 조절하는 효소도 단백질로 만든다. 그런데 우리 몸의 단백질은 세포핵에 있는 DNA의 유전 정보에 따라 만들어진다. 결국,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 정보에 의해 우리 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유전자가 있는 DNA 이중나선의 염기들 사이의 결합이 끊어져 1가닥씩 갈라진다. 그러면 DNA 두 가닥이 마치 닫혀 있던 지퍼가 열리는 모양이 된다. 이렇게 나뉜 나선형 사다리의 한 가닥에 붙어 있는 염기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에 핵 속에서 떠돌던 RNA 뉴클레오티드들이 차례차례 연결되어 RNA 끈을 만든다. 이때 뉴클레오티드는 서로 잡아당기는 염기가 있는 곳에 달라붙으면서 DNA의 원래 염기쌍과 같은 정보를 RNA도 갖는다. 그러면서 RNA는 DNA의 유전 정보를 복제한다. 이때 RNA는 티민(T) 대신에 우라실(U) 염기를 사용한다. 이렇게 DNA의 유전 정보를 복제한 RNA를 메신저 RNA(mRNA)라고 한다. mRNA는 핵 밖으로 이동하여 단백질 합성 공장인 리보솜과 결합한다.
리보솜과 결합한 mRNA에 전이 RNA(tRNA)가 다가온다. 이 tRNA에는 mRNA의 염기 문자 3개와 결합할 수 있는 염기 문자 3개가 있고 그 반대편에 아미노산이 붙어 있다. 이 tRNA가 가진 3개의 염기 문자 배열에 따라 반대편에 붙는 아미노산의 종류가 정해진다. tRNA의 염기 문자 3개는 mRNA의 염기 문자와 결합한다. 예를 들어 ACA 염기 문자 배열을 가진 tRNA는 mRNA의 UGU 염기 배열과 결합한다. 리보솜이 mRNA의 염기 문자 3개씩 이동하고, 이동한 리보솜 안에서 mRNA에 결합하는 tRNA가 교체된다. 이렇게 해서 리보솜에 들어온 tRNA는 자신의 아미노산을 놓고 달아난다. 결국, tRNA가 온 순서대로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아미노산의 끈이 생긴다. 이 아미노산 끈이 단백질이 된다. 하나의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보통 50~2,000개의 아미노산이 이어진다. 단백질은 20종의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지는데, 일렬로 연결된 아미노산의 종류, 개수, 배열 순서에 따라 단백질의 종류가 결정된다. 이렇게 해서 핵 속에 있는 DNA의 유전 정보에 따라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종류가 결정되고, 이 단백질이 우리 몸의 모양을 만들고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생명 현상을 조절한다.
진화하지 않는 ‘미스터리 미생물’ 발견
수백만 년간 분리된 개체들이 유전적으로 동일해
마치 공상 과학 소설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특이한 미생물이 발견됐다. 지구 표면에서 격리된 채 방사선에 의한 화학반응을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삼는 미생물 집단이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미국 비겔로우 해양과학연구소가 주도한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공학적 응용과 미생물의 진화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이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칸디다투스 데술로푸디스 아우닥스비아토르는 지난 200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음포농 금광의 지하 2.8㎞ 지점에서 처음 발견됐다. ©public domain
이 미스터리한 미생물의 정체는 칸디다투스 데술로푸디스 아우닥스비아토르(Candidatus Desulforudis audaxviator)라는 다소 긴 이름의 박테리아다. 지난 200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음포농 금광의 지하 2.8㎞ 지점에서 처음 발견된 이 박테리아는 광물의 자연 방사능 붕괴로 인한 화학반응으로부터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이들은 햇빛이나 다른 유기체에 의존하지 않고 완전히 독립된 생태계에서 바위 내부의 물로 가득 찬 구멍에서 산다. 그 물을 분석한 결과 매우 오래되었으며 지표면의 물에 의해 희석되지 않았음이 밝혀졌는데, 이는 박테리아가 수백만 년간 지구 표면에서 격리되어 있었음을 의미한다.
3개 대륙의 지하에서 실험 표본 채취
이처럼 독특한 생물학적 특성과 고립성 때문에 연구진은 미생물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궁금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지하 깊숙한 곳의 다른 환경들을 뒤져 시베리아와 캘리포니아, 그리고 남아공의 다른 광산에서 이 미생물들을 추가로 발견했다.
각각의 환경은 화학적으로 매우 달라서 연구진은 수백만 년의 진화기간 개체들 사이에 많은 차이점이 나타났을 것으로 생각했다. 즉, 연구진은 이 미생물들을 마치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연구했던 핀치 같은 고립된 섬의 주인공인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여러 섬에 고립적으로 흩어져 서식하는 핀치는 부리의 크기와 형태가 각기 달라서 다윈으로 하여금 진화 사상의 심증을 굳히게 한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연구진은 개별 세포의 유전적 청사진을 읽을 수 있는 첨단 도구를 사용해 3개 대륙에서 얻은 126개체의 게놈을 조사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그들 모두는 물리적인 분리 이후 최소한의 진화를 해서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백만 년 동안 진화 정지 상태에 놓인 미생물이 발견됐다. 사진은 지표면 아래에서 미생물의 표본을 채취하고 있는 모습. ©Duane Moser(Desert Research Institute)
너무 의외의 결과여서 연구진은 연구 중에 샘플이 교차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는지 조사했다. 하지만 이 박테리아가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혹은 표면에서 생존할 수 있거나, 아니면 산소가 있는 곳에서 오래 살 수 있다는 증거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즉, 오염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이번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라무나스 스테파나우스카스(Ramunas Stepanauskas) 선임연구원은 “현재 우리가 가진 최선의 설명은 약 1억7,500만년 전 초대륙 판게아가 해체될 때 이 미생물의 위치가 분리된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라며 “이들은 마치 그 당시의 살아있는 화석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구 생명체의 역사 이해에 중요
이는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일반적인 미생물의 진화 속도와 비교해볼 때 매우 놀랍다. 대장균처럼 많이 연구되는 박테리아의 경우 항생제에 노출되는 등의 환경 변화에 대응해 불과 몇 년 만에 진화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된 바 있다.
또한 똑같은 박테리아가 실험실에서 배양될 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DNA에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미생물은 유전체 크기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진화해 대사 효율을 높이고 개체수를 효율적으로 늘려가기도 한다.
연구진은 이 박테리아의 진화가 정지된 것은 그들의 유전자 코드를 근본적으로 잠근 미생물의 돌연변이에 대한 강력한 보호에 기인한다는 가설에 세웠다. 이 연구 결과는 미생물생태학과 환경미생물학 분야를 다루는 네이처 자매지 ‘ISME J’에 게재됐다.
만약 연구진이 옳다면 이번 발견은 잠재적으로 응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미생물의 독특한 기능이 될 수 있다.
DNA 중합효소라는 불리는 DNA 분자의 복사본을 만드는 미생물 효소는 생명공학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복사본과 원본의 차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재창조하는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 이런 효소는 DNA 염기서열 분석, 진단 테스트, 유전자 치료 등에 유용하므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의 주 저자인 에릭 베크래프트(Eric Becraft) 박사는 “이번 발견은 생명의 계통수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미생물 가지가 그들의 마지막 공통 조상 이후 시간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상기시켜 주었다”라며 “이 박테리아를 연구하는 것은 지구 생명체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