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昇火降支村/自然과의 窓

매화 나무 이야기

수승화강지촌 2021. 3. 2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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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나무 이야기

우리 나무의 세계 1
매실나무
분류 : 장미과
학명 : Prunus mume

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 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하 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조선시대의 가사집《청구영언(靑丘永言)》에 실려 있는 매화타령의 첫머리다. 매화는 이처럼 눈발이 흩날리는 이른 봄부터 꽃을 피운다. 대지에 생명이 깨어남을 알려주는 첫 신호를 매화로부터 듣는다. 매화는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수수하지도 않은 품격 높은 동양의 꽃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 모두가 좋아하는 꽃나무다.

매화나무는 매실 이용과 함께 차츰 꽃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매화가 관상식물로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한무제(기원전 141~87) 때 상림원(上林苑)에서 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매화는 시인과 묵객들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소재로서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오다 송나라에 들어오면서 문학작품 속에서도 활짝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매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비교적 이른 시기이다. 고구려 대무신왕 24년(41)의《삼국사기》기록에서 매화를 찾을 수 있다. 또 《삼국유사》에는 〈모랑의 집 매화나무가 꽃을 피웠네〉라는 시가 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적어도 삼국시대 초기 이전부터 매화 문화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매화는 중국을 떠나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몸만 달랑 온 것이 아니다. 사람과 맺은 소중한 인연도 고스란히 함께 갖고 왔다. 하지만 매화가 널리 알려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시대까지 매화의 흔적은 그리 많지 않다. 고려 후기에 들어오면서 매화는 서서히 선비들의 작품 속에 녹아들어 갔다. 그래도 매화가 정말 만개한 시기는 아무래도 조선왕조에 들어오면서부터다. 난초, 국화, 대나무와 더불어 사군자의 첫머리에 꼽히고 세한삼우 송죽매(松竹梅)로 자리를 차지하면서 매화는 조선사회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문화이자 멋이었다.

매화를 노래한 수많은 조선의 선비들 중에 퇴계 이황만큼 매화 사랑이 각별했던 이도 없다. 매화 시 91수를 모아《매화시첩》이란 시집으로 묶었고, 문집에 실린 것까지 포함하면 무려 107수의 매화시를 남겼다. 그는 매화를 그냥 매화로 부르기조차 삼갔다. 퇴계 시 속의 매화는 흔히 매형(梅兄) 아니면 매군(梅君), 때로는 매선(梅仙)이 되기도 했다.

그가 단양군수로 재직할 때 만난 두향이란 기생과 매화로 맺어진 사랑 이야기는 유명하다. 방년 18세의 관기 두향은 48세 중년의 중후한 멋을 풍기는 퇴계에게 반한다. 그러나 워낙 자세가 꼿꼿하여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두향은 퇴계의 각별한 매화 사랑을 알고, 꽃 빛깔이 희면서도 푸른빛이 나는 진귀한 매화를 구해 그에게 선물한다. 매화에 감복한 퇴계는 드디어 마음을 열고 두향을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그 후 두향이 선물한 매화를 도산서원에 옮겨 심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퇴계가 1570년 12월 8일 아침, 7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마지막 유언은 “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라”였다. 최근 새로 나온 천 원 권 지폐에는 퇴계의 얼굴과 더불어 도산서원의 매화나무가 담겨 있다. 마침 푸르스름한 지폐 색깔은 두향이 선물했다는 푸른빛 매화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 매화도는 고려시대의 것도 몇 점 있지만, 조선시대의 그림이 대부분이다. 그 외에 어몽룡의 〈월매도(月梅圖)〉, 오달제의 〈설매도(雪梅圖)〉, 신사임당의 〈묵매도(墨梅圖)〉, 장승업의 〈홍백매화도〉, 민화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수많은 화가들의 그림에 매화는 빠지지 않았다.

매화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으며, 키가 5~6미터 정도 자란다. 수많은 품종이 있고 쓰임에 따라 매실 수확을 목적으로 심는 실매(實梅)와 꽃을 보기 위해 심는 화매(花梅)로 크게 나뉜다. 그래서 나무 이름도 매실나무와 매화나무 양쪽을 다 쓴다.

꽃은 하얀 꽃이 피는 백매와 붉은 꽃이 피는 홍매를 기본으로 색깔이 조금씩 다른 수많은 품종이 있다. 홑꽃이 기본이나 겹꽃도 있다. 꽃잎 다섯 장이 모여 둥그런 모양을 이루는 꽃은 꽃자루가 거의 없어 가지에 바로 붙어 있다. 열매는 과육으로 둘러싸여 있고 가운데에 단단한 씨가 들어 있으며, 모양이 둥글고 짧은 털로 덮여 있다. 처음 열릴 때는 초록빛이나 익으면서 노랗게 되고 신맛이 난다.

매화나무와 살구나무는 비슷한 점이 많아 구별이 어렵다. 꽃이 피었을 때 꽃받침과 꽃잎이 붙어 있고 열매의 과육이 씨와 잘 분리되지 않는 것이 매화나무다. 반면 꽃받침이 꽃잎과 떨어져 뒤로 젖혀져 있으며 과육이 씨와 쉽게 분리되는 것이 살구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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