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 * 일 *

믿줄, 그어진 글

수승화강지촌 2022. 5. 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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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 즉 허(虛)는 없다고 하는 무(無)와 다르다.

허는 있어도 그 안이 비어 있는 데 반해 無는 있음 그 자체가 없다.

그래서 無는 관념 내지는 언어상으로만 존재한다.

반면 虛는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

채워졌다 비워지면 허의 상태가 돼서다. 그래서 허의 반대 개념은 있다는 유(有)가 아니라 채움이라는 만(滿)이다.

즉 채우면 ‘만’이 되고, 비우면 ‘허’가 된다. 따라서 허도 만처럼 존재하는 게지 결코 무가 아니다.



불가에선 허 대신 공(空)의 개념을 사용한다. 그래서 불가도 없음이 아니라 비움을 강조한다.

불가는 마음을 비워야 비로소 큰 깨침인 해탈에 이른다고 말한다.

그래서 비울수록 마음의 경쟁력이 생겨나는데, 이것이 무아(無我)의 상태이다.

반면 아집(我執)에 빠지면 쓸데없는 욕망으로 마음만 혼란스럽다.


이렇게 보면
유가는 ‘채움의 가르침’을,
노장과 불가는 ‘비움의 가르침’을 각각 강조하는 셈이다.
심리학도 아(我)에 해당하는 에고(ego)를 중심으로 펼쳐지므로 ‘비움의 심리학’이 아니라 ‘채움의 심리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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