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 * 일 *

똑같다,

수승화강지촌 2022. 6. 2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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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에 살고 있다.
그 옛집에서 나를 흔들어 깨웠다.

72년을 한 나무 밑을 지나다니면서 살았고,

72년을 똑같은 산을 바라보며 살았고,

72년을 같은 얼굴을 보고 살았어요. 살았는데,

한 번도 질려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너무나 심심하다 보니까 모든 것들이 자세하게 보였어요.

새가 날아가는 것도,
눈이 오는 것도,
비가 오는 것도,
할머니들이 농사짓는 것도 자세히 보여서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내 삶으로 들어왔어요.”

조금은 지루한 시간을 참다보면 바깥이 상세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그러다보면 바깥을 바라보는 자신의 내면도 함께 보게 된다.


‘수일불이(守一不移)’다.
하나의 물건을 오롯하게 응시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어 움직이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산란한 생각들이 끊어진다. 이렇게 하면 저절로 고요함에 들게 된다.



무언가를 응시하는 일은 평정된 내면에 이르게 한다.

평온을 찾은 사람이 되게 한다.

평정된 내면에 이르게 되면 바깥과 안쪽, 대상과 내심(內心), 남과 내가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응시하면 대상이 소상하게 보이고, 이해하게 되고, 그 대상이 가진 이점을 알게 되고, 또 그것은 내 마음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응시하면 내 내면의 눈이 그윽해진다. 조용하게 들으면 내 내면의 귀가 커진다.

*_문태준 시인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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