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사(日用事)가 어떠한가?
“만약 누가 일용사를 묻는다면 입을 열 곳이 없습니다.”
특히 내 스스로 짝이 되어 잘 지낸다네 .... ......
날마다 하는 일은 별다른 것 없으니,
내 스스로 짝이 되어 잘 지낼 뿐이로다.
누구를 만나도 취하고 버리지 않고,
어디를 가서도 나대고 등지는 일이 없도다.
내 스스로 짝이 되어 잘 지낼 뿐이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성의 짝이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면, 아직 이르다. 이어지는 구절을 읽으면 방거사의 수행이 보인다.
날마다 하는 일은 별다른 것 없으니,
내 스스로 짝이 되어 잘 지낼 뿐이로다.
누구를 만나도 취하고 버리지 않고,
어디를 가서도 나대고 등지는 일이 없도다.
사람을 이익과 손해에 따라 취하거나 버리는 분별을 하면 내가 보이지 않는다.
이르는 곳마다 나대거나 등지는 교만이 있으면, 스스로 자기의 성품을 볼 수 없다.
자성이 보이지 않는데,
어찌 스스로 짝이 되어 잘 지낼 수 있겠는가. 취사(取捨)와 장괴(張乖)는 명리(名利)와 부귀가 있는 곳에 일어난다.
붉은색이니 자주색이니 누가 이름 지었는고?
산 속에는 먼지 한 점 자취가 끊어졌다.
신통과 묘용은,
물 긷고 나무하는 일이로다.
붉은 빛이나 자주 색은 관복의 색깔이다. 부귀와 명리(名利)에 집착하면, 분별과 교만이 일어난다. 바깥 경계에 대한 집착을 쉬는 것이 곧 수행이지만, 수행은 그러나 무심(無心)을 얻는데 있지 않다. 방거사는 말한다. 신통과 묘용은 곧, 물 긷고 나무하는 일이다. 이 한 구절이야말로 막힌 숨을 틔우고 가슴을 열어주는 말이다.
장자(莊子)는 말했다. 내가 천하를 잊기는 쉬우나, 천하가 나를 잊게 하기는 어렵다(천운편). 방거사는 평생 조리를 만들어 팔며 살았다. 아내와 아들 딸 모두 거사를 따라 도인이 되었다. 명예와 부를 버리고 가난하게 사는 삶이 어찌 쉬웠을까? 사람들의 비웃음도 귀로 들어야 했다. 거사는 재가자로서 스스로 일상(日常)을 노래하는 시를 남겼다.
해가 뜨면 범부의 일을 하고,
밤이 오면 편하게 잘 잔다.
추울 때는 불을 향해 앉으니,
불은 본래 연기가 없도다.
晝現凡夫事(주현범부사)
夜來安樂眠(야래안락면)
寒時向火坐(한시향화좌)
火本實無煙(화본실무연)
- <조당집> 15권 방거사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