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고기를 구웠다면 딱 10분만 기다리자. 바로 먹는 것보다 훨씬 풍부한 육즙이 입안에 감도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기를 갓 구운 후 10분 정도 기다리는 것을 '레스팅(Resting)'이라고 부른다.
영어로 휴식을 의미한다. 이 10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스테이크를 반 자르면 육즙이 외부로 새어 나와 식감이 퍽퍽해진다.
레스팅 후 스테이크를 자르면 육즙이 고기 안에 가둬져 흘러나오지 않는다. 한입 베어 물면 그제야 육즙이 터지는 것을 입안에서 느낄 수 있다. 고기 표면과 중심의 온도 차 때문이다.
고기 표면이 높은 온도의 팬이나 그릴에 닿아 데워지면 육즙은 온도가 비교적 낮은 중심부로 모인다. 조직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육즙이 가운데로 모여, 반 자르면 그대로 흘러 나갈 정도로 과포화 상태가 된다.
레스팅하면 스테이크 표면과 중심의 온도 차가 감소하면서 가운데 몰려있던 육즙이 표면 쪽으로 퍼지게 된다. 가열돼 강하게 수축됐던 고기 조직도 느슨해지면서 더 많은 수분을 먹을 수 있게 된다. 또 육즙이 식으면 스테이크 속 단백질 등 물에 녹는 성분이 육즙의 점도를 높여 외부로 빠르게 흘러 나가지 않도록 한다.
레스팅 시간은 고기 두께와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소고기 스테이크는 5~7분 정도, 두꺼울 땐 10분 정도 레스팅 한다. 포일이나 기름종이로 감싸면 레스팅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소고기뿐 아니라 돼지고기, 닭고기, 소시지 등 가공육도 레스팅해서 먹으면 더 맛있다. 식은 고기가 싫다면, 레스팅 후 조리하면서 나온 기름만 한 번 더 데운 뒤 먹기 직전 고기 위에 부으면 된다.
한편, 레스팅 후 고기를 자를 땐 근섬유와 수직 방향으로 잘라줘야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할 수 있다. 고기는 긴 근섬유 여러 개가 평행하게 높인 묶음으로 이뤄져 있는데, 고깃결대로 자르면 긴 근섬유를 통으로 씹게 된다.